ICAO 고도제한 개정 강서구 목동 재건축과 도시 미래를 가르는 변수들

30년을 목동에서 살다 보니 하늘을 보는 습관이 있다. 비행기 항로가 바뀌는 날이면 소음의 결이 달라지고, 계절에 따라 바람길이 바뀌는 것도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에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고도제한 국제기준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우리 동네 일상과 재건축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로 받아들였다. 핵심을 사람 말로 풀면 이렇다.

목동 재건축과 ICAO 고도제한 개정안 30년 거주자의 시선 1

예전에는 김포공항 활주로 주변을 동그랗게 그어 “여기서는 무조건 이 높이 이상 못 짓는다”고 일괄 제한했는데, 이제는 항공기의 실제 비행 절차와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구역(OFS)과, 영향을 평가해 단계적으로 높이를 조절하는 구역(OES)로 나눠 더 정교하게 관리하겠다는 방향이다.

OES에서는 대략 45m·60m·90m로 층고를 나눠 조정하는데, 이 ‘평가 구역’의 반경이 넓어지면서 목동이 새롭게 영향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이 변화는 70년 만의 큰 손질이고, 국제 기준은 2025년 8월 4일부로 발효됐다. 국내 실제 시행 시점은 2030년 11월로 잡혀 있다.

예전 규칙으로는 활주로 반경 4km 이내는 지상 45m 미만, 4km 경계선에서 1.1km 더 바깥까지는 지상 100m 미만으로 딱 잘랐다.

쉽게 말해 반경 5.1km 안쪽은 항공기 성능이나 절차를 세밀히 따지지 않고 “한 줄 잣대”로 눌러 놓은 셈이다.

이번 개정은 그 방식을 바꿔, 안전에 직접 영향이 있는 핵심 구역(OFS)을 제외하면 OES 안에서 반경별·절차별로 45·60·90m 같은 단계 제한을 둔다.

공항 여건에 따라 OES를 줄이거나 풀어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정리돼 있다. 종이 위에 그린 원 한 줄이 아니라, 실제 비행 데이터를 반영해 표면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문제는 그 OES의 범위다. 우리 동네 체감으로는 “우린 공항에서 꽤 멀지 않나?” 싶은데, 평가 구역이 공항 반경 대략 11~13km까지 뻗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목동 대부분이 계산식 안에 들어가는 그림이 그려졌다.

기존에 규제가 거의 없던 구역이 한 번에 ‘평가 대상’이 되니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김포공항 기준으로 OES 총면적이 기존 규제 면적의 2배 이상으로 넓어진다는 수치도 등장한다.

우리 입장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무조건 금지”가 아니라 “평가를 통해 단계 조정”이라는 점인데, 그 평가선 안에 새로 들어가느냐가 당장 재건축의 높이, 용적률, 수지에 직결된다.

목동은 이미 1~9단지, 13·14단지에서 최고 49층 안을 그려 왔고, 10·11·12단지도 40층대 계획이 얘기돼 왔다.

목동 재건축과 ICAO 고도제한 개정안 30년 거주자의 시선 2

여기서 만약 OES의 가장 느슨한 단계인 90m 상한을 적용받아도 현실적으로 30층 안팎이 한계라는 계산이 돈다. 숫자만 보면 “반 토막”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오래 산 주민 입장에서 더 걱정되는 건 단지 간 형평과 도시 경관의 일관성이다. 어떤 단지는 먼저 인가를 받아 올라가고, 어떤 단지는 평가선에 걸려 낮아지면 스카이라인이 계단식으로 깨질 수 있다.

분양성, 기반시설 분담, 일조·조망의 상호 영향 같은 변수가 한꺼번에 요동친다.

한편으로는 강서구의 표정이 다른 것도 이해된다. 김포공항을 품은 강서구는 그동안 지역 전체의 97%가 고도제한에 묶여 있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는데, 새 기준이 적용되면 일부 구역은 45m에서 60m로 상한이 올라 ‘숨통’이 트이는 면이 생긴다. 같은 하늘 아래 붙어 사는 자치구들인데 한쪽은 완화, 다른 쪽은 신규 편입과 강화 가능성이라니, 주민 감정선이 갈릴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TF를 통해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각 구의 이해가 충돌하는 민감한 영역이다.

그렇다고 “목동 재건축 끝났다”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서울시장은 “목동 단지들은 2030년 전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마무리하는 스케줄”을 공개 발언으로 못 박았다. 국제 기준의 국내 시행 시점과 인가 타임라인을 맞물려 놓으면, 이미 궤도에 오른 단지들은 새 고도제한의 직접 타격을 피해 갈 수 있다는 로드맵이다.

결국 키는 속도와 절차의 정확성, 그리고 국토부가 만드는 국내 적용 기준의 디테일에 달렸다. 현 단계에서 내가 주민으로서 체감하는 현실적인 메시지는 “일정을 지키는 단지는 유리하고, 초기 단계이거나 지연되는 단지는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흔히 놓치는 요소도 있다.

첫째, 이번 국제 기준의 철학은 ‘일괄 규제’에서 ‘성능·절차 기반 평가’로의 전환이라는 점이다.

비행 절차가 바뀌거나 첨단 항공전자·내비게이션 기술이 반영되면 OES 자체를 완화하거나 재설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 말은 곧 공항과 도심이 공존하는 해법을 기술적으로 더 정교하게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OES는 말 그대로 ‘평가 표면’이다. 안전 여유도, 장애물 영향, 대체 경로 같은 요소들이 체계적으로 검토된 뒤에 최종 높이가 정해진다. 지역이 단합해 데이터 근거를 갖춘 의견을 제시하면 ‘최고 높이 몇 m’라는 단선적 논쟁에서 한 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목동 입장에서도 이 변화가 장점만 없는 건 아니다. 나는 매년 소음·진동 민원을 몸으로 느끼는 사람인데, OES 체계가 정착되면 항공안전 마진을 계량적으로 관리하면서 비행 절차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데 그러면 소음 회피 절차나 야간·악천후 운항 기준이 더 정교해지고, 도심 밀집지 소음관리도 데이터로 논의하기 쉬워진다.

고층의 상징성만 좇다 보면 바람길과 일조, 스쿨존 그림자, 교통혼잡, 초고층 유지관리비 같은 생활 변수가 뒤로 밀린다. 이번 논의는 재건축의 ‘높이’를 넘어 ‘살기 좋은 밀도’와 ‘균형 잡힌 경관’을 다시 설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대목은 내 개인적 의견이지만, 30년 거주자의 체감에서 나오는 생각이다.

넷째, 재건축 추진 전략도 손봐야 한다.

2030년 이전 인가가 관건인 단지들은 행정 절차를 정밀하게 당겨야 하고, 초기 단지들은 “단지별로 꼭 40~50층이어야만 하는가”를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같은 총 가구 수를 확보하더라도 동 배치, 스카이라인 완급, 커뮤니티·공원 입체화로 체감 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설계가 있다.

항공 안전 평가의 임계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브랜드와 주거 경험을 살릴 여지는 충분하다. 이건 우리 목동이 강남식 초고층 복제를 따라가기보다, 서남권의 중심 생활도시로 자기 답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감정의 온도를 조금만 낮추고 ‘사실’과 ‘가능성’을 구분해 보자. 국제 기준은 이미 발효됐고, 국내 시행 시점과 적용 방식은 아직 설계 중이다.

서울시는 “과도한 확대 적용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정부에 건의 중이고, 각 자치구와 인접 도시들도 의견을 올리고 있다. 주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하다. 단지별 타임라인을 점검하고, 항공 안전·소음 데이터와 도시계획의 균형 있는 근거를 갖춘 의견을 행정과 국토부에 전달하는 것.

그리고 시장이 약속한 일정 관리가 실제로 지켜지는지, TF 논의의 방향이 투명한지 끝까지 살피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하늘길과 땅 위의 도시가 서로 양보하고 설계할 때 더 편안해진다. 이번 변화가 목동을 흔드는 파도가 아니라, 오래 사는 동네답게 더 안전하고 균형 잡힌 도시로 가는 물길이 되길 바란다.

You may also like...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