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일자 오류로 날릴 뻔한 전세보증금, 직접 겪은 황당한 행정 착오 이야기

작년 초, 나도 뉴스에서나 보던 일을 실제로 겪었다. 서울 관악구의 다세대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던 중, 해당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놀라고 당황한 것도 잠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배당요구신청’을 진행하던 도중 전혀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주소가 다르다고? 내가 살던 집인데…

전입신고도 했고 계약서에 확정일자도 제대로 받았다. 모든 절차를 착실하게 진행했다고 믿었는데, 문제는 법원에 등록된 ‘확정일자 주소’였다.

확정일자 오류로 날릴 뻔한 전세보증금 직접 겪은 황당한 행정 착오 이야기

등기소에는 내가 거주했던 ‘신림동 6-XX’ 대신 ‘신림동 9-XX’로 등록돼 있었고, 이 주소 불일치 때문에 배당요구 신청이 거절됐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계약서도, 주택임대차신고필증도 정확한 주소로 돼 있는데 왜 법원 시스템에서만 엉뚱한 주소가 찍혀 있었을까?

이 작은 오류 하나로 1억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날릴 뻔했다. 내가 계약한 집이 법적으로는 ‘다른 집’으로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주민센터도, 부동산원도, 국토부도… ‘우리는 모른다’

문제를 파악하고 나서 주민센터에 문의했다.

담당자는 황당해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공문을 두 번이나 부동산원에 보냈지만 회신은 없었다. 국토교통부에까지 문의했지만 ‘정정은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변호사에게도 상담을 받았지만, 행정소송으로 가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배당기한 내 판결을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정말 이대로 끝나는 걸까.

‘직권 정정’이라는 비밀스러운 해결책

그러던 중 언론의 취재가 시작됐다. 여러 기관에 묻고 따져도 해결되지 않던 이 문제는, 신기하게도 취재가 본격화된 지 일주일 만에 ‘직권 정정’이라는 방식으로 해결됐다.

어느 날 갑자기 부동산원에서 연락이 와서 “정정 처리됐다”고 알린 것이다. 이전까지는 ‘권리관계가 걸려 있어 안 된다’고 했던 그 정정이 갑자기 가능해진 것이었다.

더 놀라운 건 이 정정이 누구의 요청에 의해, 어떤 경위로 처리됐는지 아무도 설명을 못 한다는 점이다. 주민센터는 “우린 정정한 적 없다”고 했고, 부동산원은 “지자체에서 수정했을 것”이라며 서로 책임을 미뤘다.

이건 단순 실수가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다

내가 직접 겪고 보니 이건 단순히 ‘한 글자 틀린’ 문제가 아니었다. 그 글자 하나가 한 사람의 보증금 1억 원을 위협하는 중대한 실수였고, 정정하는 과정에서도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와 불투명한 행정 절차는 심각한 문제였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피해자가 실수를 입증해야 하고, 입증을 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확정일자 시스템이 임차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제도라면, 이런 식의 착오 발생 시 더 명확하고 체계적인 대응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남의 일이 아니었다

부동산 문제는 늘 누군가의 이야기 같지만, 막상 내가 겪고 보니 너무도 쉽게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만약 언론의 취재가 없었다면 여전히 오류는 방치됐을 것이고, 난 내 돈을 영영 못 찾았을지도 모른다.

사소한 행정 실수 하나로 수천만 원의 보증금을 날릴 뻔한 경험은 여전히 씁쓸하지만, 최소한 이 일을 통해 확정일자 시스템의 맹점을 알릴 수 있다면 위안이 될 것 같다.


FAQ

확정일자는 어디서 어떻게 받는 건가요?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관할 주민센터나 정부24를 통해 임대차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전입신고와 함께 진행되며,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입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왜 둘 다 필요하죠?

전입신고는 대항력을,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두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경매 등 상황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소가 틀리면 왜 문제가 되나요?

법원은 시스템 상 주소로만 확정일자 등록 여부를 판단합니다. 실거주지와 확정일자 주소가 다를 경우, 전혀 다른 집에 거주한 것으로 간주돼 임차인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직권 정정이란 정확히 뭔가요?

행정기관에서 스스로 시스템 상 오류를 발견해 별도의 요청 없이 정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언제 어떻게 이 정정이 가능해지는지는 매우 불투명하며, 피해자가 요구한다고 해서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임대차 계약 시 계약서 주소를 등기부등본과 대조하고, 확정일자 부여 후 법원 등기소 시스템에 반영된 주소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주택임대차신고 후 부동산원에서 확인까지 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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