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든 월세든, 에어컨 고장 났을 때 수리비 누가 내야 할까? 내가 겪은 진짜 이야기
전세 월세 살면서 에어컨 고장 났을 때 수리비 누가 부담하나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예전에 전세로 살던 곳에서 이사 와서 월세로 전환한 작은 원룸이다. 이사할 때 집주인이 기본 가전으로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를 제공했고, 당연히 잘 작동하는 상태였다. 계약서에도 해당 가전이 비치된 상태라는 확인란이 있었고, 당시엔 별문제 없이 입주했다.
하지만 여름이 되자 문제가 생겼다. 에어컨을 틀었는데 바람은 나오는데 시원하지가 않았다.
처음엔 단순히 필터 문제겠지 하고 청소도 해보고, 리모컨 배터리도 갈아봤지만 개선이 없었다. 결국 에어컨 수리기사를 불렀는데,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고장 증상 | 예상 수리비 (원) |
---|---|
냉방이 안됨 (냉매 부족) | 7만 ~ 12만 |
전원이 안 켜짐 (PCB 고장) | 10만 ~ 18만 |
소음 발생 (모터/팬 문제) | 5만 ~ 10만 |
물 새는 현상 (배수 문제) | 4만 ~ 8만 |
악취 발생 (필터/열교환기 문제) | 3만 ~ 6만 |
리모컨 작동 안됨 (수신부 고장) | 3만 ~ 5만 |
전체 작동 안됨 (컴프레서 고장) | 15만 ~ 25만 |
“이건 컴프레서가 나간 거예요. 거의 수명이 다 된 거라 교체가 필요하겠네요.”
수리비는 약 17만 원. 사실 고장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문제는 이걸 내가 부담해야 하느냐, 아니면 집주인 책임이냐는 거였다.
처음엔 ‘그래도 월세니까 내가 고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세라면 몰라도 월세는 아무래도 매달 적은 금액을 내고 사는 거니, 수리까지 요구하긴 좀 미안하달까? 그런데 알아보니 전혀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민법 제623조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보면, 임대인은 전세든 월세든 관계없이 집과 함께 제공된 시설을 ‘정상적인 사용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 에어컨이 입주 당시부터 설치돼 있었고, 내가 파손한 게 아니라면 임대인이 책임지는 게 맞는 거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수리를 요청했는데,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아, 그거 원래 좀 오래된 거라 그래요. 저희도 따로 수리는 못 해드려요. 그냥 선풍기 하나 두고 쓰세요.”
순간 기분이 상했다. 내가 잘못해서 망가뜨린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선 넘는 말까지 들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말로만 하지 않고 내용증명을 준비했다. 온라인에서 찾은 양식을 참고해 법적 근거와 함께 수리를 요청한다는 취지를 담았고, 추후 법적 대응을 고려해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며칠 기다렸지만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더운 날씨에 버틸 수도 없고, 결국 내가 먼저 수리를 진행했고 이때부터는 철저하게 준비했다. 수리 전후 사진, 수리 내역서, 영수증, 수리 기사님의 진단 설명까지 문서화해서 보관했다.
이후엔 이 자료들을 근거로 필요비 청구를 진행했다.
법적으로 임차인이 임대물의 보존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전세든 월세든 관계없다. 그런데 처음엔 집주인이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겠다고 통보했고, 그제야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러면 수리비 보내드릴게요. 그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네요…”
결국 수리비 전액을 돌려받았다. 조정 신청서 접수 직전에 원만하게 해결된 셈이다.
이 일을 겪고 나서야 느꼈다. 전세든 월세든 내가 임차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집과 함께 제공된 기본 시설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말이다.
특히 상대가 책임을 회피할 때는 말보다 기록이, 감정적인 대화보다 법적 절차가 훨씬 효과적이었다.
에어컨 고장 유형별 수리 책임 주체 정리
전세든 월세든 에어컨 고장 시 수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고장 원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 표를 통해 고장 유형별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책임 범위를 확인해보세요.
고장 증상 | 책임 주체 | 책임 판단 기준 |
---|---|---|
냉방이 안됨 (냉매 부족) | 임대인 | 자연 노후로 인한 성능 저하, 기본 설비 유지 의무 |
전원이 안 켜짐 (PCB 고장) | 임대인 | 전자 부품 고장, 임차인 과실 없음 |
소음 발생 (모터/팬 문제) | 임대인 | 기기 내부 노후 또는 부품 마모 |
물 새는 현상 (배수 문제) | 임대인 | 배관 구조 또는 노후 배수펌프 문제 |
악취 발생 (필터/열교환기 문제) | 임대인 | 단순 청소로 해결 안 되는 경우, 기기 내부 세척 필요 |
리모컨 작동 안됨 (수신부 고장) | 임대인 | 수신기 부품 고장, 임차인 과실 없음 |
전체 작동 안됨 (컴프레서 고장) | 임대인 | 가전 수명의 자연 종료, 고가 부품은 임대인 부담 |
필터 미청소로 인한 냉방 약화 | 임차인 | 사용자 관리 소홀로 인한 성능 저하 |
임차인 실수로 인한 기기 파손 | 임차인 | 임차인의 고의·과실로 인한 물리적 손상 |
그리고 또 한 가지. 앞으로는 전세계약이든 월세계약이든 반드시 “기본 가전 및 설비 고장 시 수리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음”이라는 내용을 특약에 명시해둘 계획이다. 계약할 땐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일이 터지면 이 조항 하나가 갈등을 줄이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전세·월세 세입자가 꼭 알아야 할 수리 관련 FAQ
에어컨이 옵션인지 확인하지 않고 입주했는데도 수리 요청할 수 있나요?
입주 당시 계약서에 에어컨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실제로 설치되어 있고 사용 가능했던 상황이라면 임대인이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집을 볼 때 중개사나 임대인이 “에어컨 포함입니다”라고 안내한 경우, 묵시적 계약 요소로 인정받을 수 있다.
수리 전후 사진이나 진단서를 꼭 남겨야 하나요?
필수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하다. 실제 수리비를 청구하거나 분쟁조정위원회, 민사소송까지 진행될 경우 에어컨의 상태, 수리 사유, 수리 시점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수리 영수증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고장 직후가 아니라 며칠 지난 후 수리하면 불리할 수 있나요?
사유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임대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가능하면 고장 발생 즉시 임대인에게 통보하고, 일정 시간 내에 조치가 없을 경우 수리 후 비용 청구 절차를 밟는 것이 안전하다.
집주인이 직접 고쳐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미루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리를 해주겠다고 말만 하고 행동이 없을 경우, 구두 약속에만 의존하지 말고 문자나 메신저로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기한(예: 7일 이상) 안에 조치가 없을 경우, 임차인이 직접 수리 후 필요비 청구가 가능하다.
세입자가 자비로 교체한 경우에도 비용을 받을 수 있나요?
수리비와 마찬가지로, 교체 역시 임대물 보존에 해당하는 조치라면 청구 가능하다.
생활 항목별 고장·파손 시 수리 책임 정리
전세·월세 세입자가 자주 겪는 벽지, 장판, 가전‧가구 고장까지 한눈에 확인하세요. 고장 유형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의 법적 책임이 달라집니다.
항목 | 책임 주체 | 책임 기준 설명 |
---|---|---|
벽지 훼손 (곰팡이·들뜸) | 임대인 | 구조적 결함·습기로 인한 곰팡이 등은 임대인 관리 범위 |
장판 손상 (눌림·긁힘) | 임차인 | 가구 이동·생활 중 실수로 생긴 흠집은 임차인 책임 |
TV 고장 (비치된 경우) | 임대인 | 기본 제공 가전인 경우 임대인이 수리·교체 책임 |
소파 찢어짐 (비치된 경우) | 임차인 | 사용 중 과실로 인한 파손은 임차인 부담 (노후 파손은 분쟁 여지) |
냉장고 고장 (기본 제공) | 임대인 | 생활 필수 가전으로 임대인의 유지·보수 의무 |
세탁기 고장 (기본 제공) | 임대인 | 자연 노후·부품 마모는 임대인이 수리 책임 |
보일러 고장 | 임대인 | 주거 필수 설비로 임대인이 긴급 수리·교체해야 함 |
LED 조명 고장 | 임대인 | 전기 설비 노후·불량은 임대인 부담 (전구 교체는 제외) |
샤워기 수압 이상 | 임대인 | 배관·급수 문제는 임대인이 원인 파악 후 보수 |
싱크대 배수 불량 | 임대인 | 배관 구조적 하자·노후 배수구는 임대인이 수리 |
다만 기존 기기가 완전히 고장 났다는 기사 진단서가 필요하며, 교체 비용이 지나치게 고가거나 고급형일 경우 일부만 인정될 수 있다.
보증금으로 자동 차감하면 되지 않나요?
보증금에서 마음대로 차감하는 행위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는 권리 남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차감하려면 조정위원회 결정, 또는 민사 판결 등의 법적 근거가 있는 상태에서 차감해야 안전하다. 임의 차감은 ‘연체’로 오해받아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전입신고가 안 되어 있어도 필요비 청구가 가능할까요?
전입신고 여부와는 무관하게, 실질적인 임대차 관계가 존재하면 필요비 청구는 가능하다. 다만 임차인의 지위가 법적으로 안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전입신고는 가급적 빠르게 마치는 것이 유리하다.
수리 업체가 임대인과 직접 이야기하라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임차인 명의로 수리를 진행해야 하며, 수리기사에게는 “세입자 개인 부담으로 처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임대인이 비용 부담을 거부한 상태라면, 업체에 직접 연락을 요청하는 방식은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집주인이 “계약 갱신 때 고쳐줄게”라며 수리를 미루는 경우엔?
계약이 아직 유효한 상태라면, 즉시 수리 요청할 권리가 있다. 향후 갱신 조건으로 미루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며, 생활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라면 분쟁조정 신청 사유로도 충분하다.
월세 세입자도 전세처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그렇다. 임대차보호법은 보증금 있는 임대차 계약이라면 전세든 월세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기본 설비의 유지 의무, 필요비 청구, 계약 해지권 등은 모두 보장된다. 보증금이 적다고 해서 권리가 제한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