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김문수와 이준석이 단일화를 했다면, 이재명은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49.42% 대 41.15% 그리고 8.34%.
이번 대선은 수치만 놓고 보면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결과가 ‘정말 그렇게 단순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특히 김문수와 이준석 두 후보가 끝내 단일화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보수 진영의 표가 갈라진 점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이재명의 승리는 불가능했을까? 아니면 결과는 결국 같았을까?
먼저, 가장 단순한 계산부터 해보자. 김문수와 이준석의 득표율을 합치면 49.49%. 이재명의 최종 득표율은 49.42%. 수치만 놓고 보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김문수가 0.07% 차이로 승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0.07%’가 단순히 더하기만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단순한 보수 지지층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들은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염증, 그리고 ‘정치인답지 않은 정치인’ 이준석에 대한 기대감으로 결집한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김문수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80년대 계엄령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징적인 인물, 보수의 과거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이준석이 김문수에게 후보를 양보하는 순간,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일부는 투표를 포기했을 수도 있고, 심지어 일부는 이재명 쪽으로 돌아섰을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단일화의 ‘명분’이다. 단일화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납득 가능한 서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선거 전 막판까지 이어진 이준석과 김문수 간의 갈등은 단순한 협상 이상의 불신을 드러냈다.
김문수를 향해 “기득권의 방탄 우산”이라고 비판하던 이준석이, 하루아침에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건, 이준석의 정치 인생에 치명적인 모순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권자들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단일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동으로 표의 합산으로 이어졌을 거라 보는 건 순진한 계산이다.
또한 단일화는 그 자체로 진영 내 ‘선거 피로도’를 유발할 수 있다. 누구를 내세우느냐를 두고 갈등이 심화되면, 결과적으로 지지자들의 동력이 떨어진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팽팽한 대결 구도 속에서는 미세한 결집력의 차이가 결국 당락을 가를 수 있었던 상황이었고, 단일화로 인한 피로와 실망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은 단순히 표를 많이 받아서 이긴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덜 나쁜 선택’으로 여겨졌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반면 김문수와 이준석은 각각 과거와 미래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지만, 그 차이가 너무 극명했던 탓에 하나로 묶이기 어려운 조합이었는지도 모른다.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숫자만 놓고는 역전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란 늘 숫자 이상의 것들로 구성된다. 감정, 인물 간의 신뢰, 유권자의 정서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는 판에서, 결과는 언제나 예측을 비껴가곤 한다.
그래서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단순히 ‘단일화만 했으면 이겼을 텐데’라고 말하긴 어렵다. 어쩌면 단일화를 했다면 더 큰 혼란 속에 이재명의 승리는 더욱 안정적으로 굳어졌을 수도 있다.
‘만약’은 늘 흥미롭지만, 그 ‘만약’을 현실에 끌어올 수 있는 힘은 결국 진정성과 방향성, 그리고 정서적 설득력에서 나온다. 이번 대선은 그걸 아주 뚜렷하게 보여준 선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