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찍과 2찍, 그 말 너머 사람의 이야기 – 정치 표현의 진짜 의미
2025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다시 한 번 ‘진영 대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과 커뮤니티에서는 ‘1찍’, ‘2찍’이라는 용어가 다시 회자되고 있는데요. 이 표현은 단순한 지지 성향을 넘어서, 유권자 개인의 삶과 가치관이 투영된 상징적 표현으로 사용되며 정치적 정체성을 가리키는 하나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1찍’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를, ‘2찍’은 기호 2번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던 유권자를 의미합니다.
처음엔 단순히 투표 선택을 나타내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혐오적 맥락에서 조롱의 수단으로도 쓰이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1찍은 기호 1번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그를 뽑은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 2찍은 기호 2번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고 그를 선택한 사람들을 뜻합니다.
이 용어들은 선거 이후 정치적 입장을 빠르고 간단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나 이러한 표현들이 비하하거나 조롱의 목적으로 사용될 때도 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외할머니는 ‘2찍'(보수 지지자)이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가 한 당만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왜 그렇게까지 특정 정당에 충성하는지 물음표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를 비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겪은 삶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였습니다.
할머니는 1958년 첫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시절,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었고, 심지어 두더지 같은 것을 잡아먹으며 생존해야 했습니다. 할머니는 그 시절에 아이에게 줄 것이 없어, 젖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가슴에 아이를 물리고는, 아이가 울다 지쳐 잠들 때까지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 했다고 합니다.
이런 굶주림은 어머니로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죠.
그 후, ‘혁명’이란 말이 등장했을 때, 할머니는 그 뜻을 정확히 알았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고, 더 나은 미래를 줄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2021년 눈을 감을 때까지도 ‘2찍’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할머니에게 희망의 상징이었고, 그래서 표는 늘 보수 정당으로 향했습니다. 돌배기 아이를 키우는 지금에서야 저는 할머니의 선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나도 배고파 우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 사람이 누구든 내 표를 던질 것 같았습니다.
한편, 아버지는 ‘1찍'(진보 지지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1982년 전라도 고창에서 서울로 올라와 서점에서 일자리를 구하던 시절을 떠올리셨습니다.
당시 고용주는 “전라도 사람을 어떻게 믿나”라는 말로 아버지를 맞이했습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쪽방에 앉아 고향에서 자신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견뎌야 했던 아버지에게, ‘김대중’ 대통령은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희망의 상징이었습니다.
이처럼 1찍이든 2찍이든 그들 모두는 각자의 삶 속에서 절박한 이유를 가지고 소신 있게 투표한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입니다.
그러나 어떤 정치인은 이들을 조롱하며 ‘1찍’, ‘2찍’이라는 혐오의 언어로 그들을 불렀습니다. 저에게 이들은 조롱의 대상이 아닌, 대한민국을 일구어낸 위대한 유권자들이며, 바로 저의 할머니와 아버지입니다.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도 여야 정치인들이 혐오와 조롱의 막말을 쏟아내며 표심을 갈라치기 할 것이며 국민들의 지치는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 물고 뜯는 모습들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혐오의 정치인에게는 제 표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 ‘1찍’, ‘2찍’은 누가 만든 말인가요?
A. 정확한 창시자는 없지만, 2022년 제20대 대선 기간 중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유행한 표현입니다.
각 후보의 기호 숫자에 따라 유권자를 분류한 것으로, 처음에는 가벼운 정치 농담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혐오 표현이나 진영 갈등의 도구로 확산되며 부정적 의미가 강해졌습니다.
Q. 1찍, 2찍 표현은 혐오 발언인가요?
A. 표현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지만, 조롱, 비난, 배척의 맥락에서 사용될 경우 명백한 혐오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선거철에는 정치인의 언사로 사용되어 국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Q.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나요?
A. 현재까지 ‘1찍’, ‘2찍’ 자체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직접적인 대상은 아니지만, 비하적 맥락에서 특정인을 공격할 경우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인격권 사이의 경계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Q. 왜 이런 표현이 빠르게 퍼졌을까요?
A. 짧고 직관적인 인터넷식 언어는 정치와 SNS의 결합에서 빠르게 확산됩니다. 또 정치에 무관심했던 층에게도 ‘우리 편/너네 편’의 감정을 쉽게 각인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대중화되기 쉬웠습니다.
Q. 이런 표현을 안 쓰면 안 되나요?
A. 안 써도 됩니다. 정치 성향은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되는 개인의 고유한 선택이며, 단순화된 표현보다는 그 선택의 배경과 이유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