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왜 아직도 이만한 가치가 있을까 – 40년 된 주택 부동산과 화폐 이야기

오래된 우리집의 진짜 가치는 어디에서 올까?

서울 외곽의 조용한 주택가, 우리 집은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단독주택이다. 붉은 벽돌의 외벽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겨울이면 찬 기운이 스며드는 창틀은 누군가에겐 낡은 시설이겠지만, 내겐 익숙하고 편안한 온기를 주는 공간이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 뉴스에서 서울 집값이 또 올랐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우리 집도 같이 오른 걸까? 아니면, 그냥 주변 땅값만 오른 걸까?

부동산이라는 단어는 본질적으로 건물과 땅 두 요소로 나뉜다.

우리 집은 왜 아직도 이만한 가치가 있을까 – 40년 된 주택 부동산과 화폐 이야기 1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건물은 낡아간다. 철근은 녹슬고, 배관은 막히고, 타일은 금이 간다. 반면, 땅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의 개발, 교통의 확장, 인근 상권의 변화에 따라 그 가치는 오를 수도 있다.

40년이란 세월 동안 우리 집 건물은 분명 낡았지만, 이 집이 앉아 있는 땅은 ‘사라지지 않는 가치’를 담고 있다. 그게 요즘 말하는 토지 가치의 상승이다.

하지만 정말 단순히 땅값이 올라서 집값이 오른 걸까? 아니면, 짜장면 값이 15원에서 5천원이 넘은 것처럼, 단지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 걸까?

1960년대 15원이던 짜장면이 지금은 6천원. 짜장면이 400배 맛있어져서 그 가격이 된 건 아니다.

새우깡도 마찬가지다. 70년대 200원이던 것이 이제는 5천원을 넘는다. 이건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쥐고 있는 ‘1만원권 한 장’이 더 이상 예전만큼의 힘을 못 가진다는 뜻이다. 화폐의 구매력이 줄어든 것, 즉 인플레이션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2015년 3억 하던 주택이 2017년에 5억이 된 것을 보면 단번에 ‘집값이 올랐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같은 집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건 부동산의 가치 상승이 아니라 화폐의 가치 하락으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이 40년 된 집도 마찬가지다. 건물 자체는 감가상각을 피해 갈 수 없다.

전문가들은 건물은 지어진 해부터 점차 가치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감가 속도가 더 빠르다.

특히 특별한 관리 없이 30년, 40년이 지나면 감정 평가에서 건물 가치는 ‘0원’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이 말은 곧, 남아 있는 것은 오롯이 ‘땅’의 가치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땅의 가치는 왜 오를까? 도시의 인프라가 더해지고, 수요가 몰리고, 거기에다가 돈이 마구 찍혀서 유통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모두가 양적완화를 통해 엄청난 돈을 시장에 풀었다.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 희소한 자산에 돈이 몰린다. 그게 바로 부동산이다. 실물자산이니까. 잉크로 인쇄한 화폐는 많아질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희소한 실물인 ‘땅’은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그러니까 내 집이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유지되거나 오르는 건 건물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땅값이 올랐기 때문이고, 더 깊이 들어가면 화폐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인 셈이다.

이걸 알게 되면 한 가지 통찰이 생긴다. “집값이 올랐으니까 나는 부자야”라는 생각은 환상일 수 있다.

내 손에 있는 현금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면 오히려 그 힘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은행에 넣어둔 1천만원은 10년 뒤 744만원의 구매력밖에 갖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돈은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래된 우리 집을 바라보며 든 생각은 이렇다. 집은 단순히 건물의 아름다움이나 신축 여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 존재하는 ‘땅’이 가진 희소성과, 그 땅을 둘러싼 도시의 맥락, 그리고 그 시대에 통용되는 화폐의 흐름까지도 함께 봐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가치’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누군가는 낡은 집을 보고 “이 집은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 낡은 집이 가진 가치는 벽돌이 아니라, 그 집이 앉아 있는 땅과 시대가 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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